‘넷플릭스 VS 나머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상황을 요약한 말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편수와 투자액, 가입자, 실사용률 등 모든 항목에서 넷플릭스가 토종 OTT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OTT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넷플릭스의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투자도 늘리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4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5억달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킹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처럼 해외에서도 통하는 넷플릭스 K콘텐츠를 더 만들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나타난 신규 이용자 유입 정체 현상도 넷플릭스엔 ‘강 건너 불’이다. 광고를 시청하면 기존 이용료의 반값인 월 5500원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광고형 멤버십’을 내놓으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젊은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풀HD급 화질을 즐길 수 있고 동시 접속도 2명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들의 영업손실 요인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증가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브의 콘텐츠 원가는 2021년 1452억원에서 지난해 2111억원으로 증가했다. 티빙도 같은 기간 콘텐츠 원가가 707억원에서 1167억원으로 불었다.
올해도 흑자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지난달 연 미디어 행사에서 “당장 1~2년 내 흑자전환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왓챠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외부감사 기관인 신한회계법인이 “계속기업(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평가를 내놨을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업자 대부분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투자하면서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들이 주춤하는 사이 넷플릭스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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